2003 ~ 2006

야밤.

maktub 2004. 5. 22. 17:22


까만 밤에, 흰구름과 파란 하늘이 떠 있는 날이 가끔 있다.
그리고 가끔씩 밤하늘에 흰구름 같은 아스라한 것들이 있다.


울동네 골목에서 같이 놀던 형제는 어느 날 사라졌다.
밤에 도망을 쳤고, 몇 년후 와서는 밀린 외상값을 갑고 돌아갔다.

그 봄에 한강에서 오돌오돌 떨며 술을 마셨던 그 놈은 사고로 저 세상에 가버렸다.
아직 마셔야할 잔이 얼마나 많은데...

아이들을 추행한다고 소문이 파다하던 그 선생은,
어느 날 교육청에서 조사를 받고 작은 분교로 쫓겨났다고 했다.

추억은 추억으로 두면 좋았을 것을, 알러뷰스쿨을 추억을 현실로 만들었고,
이제 현실에 머물던 추억의 대부분은 다시 추억이 되어 버렸다.

죽은 사람은 죽어서 이승의 사람들을 배려다볼까?
그렇다면 살아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그들에 무심한지 안다면 분통해서 되살아나지 않을까?

을씨년스러운 거리에 바람에 떠도는 쓰레기처럼, 다른 도시의 기억이 부유하고 있다.
그 거리에서 그 사람들과 다시 일상을 보내고 싶다.

중학교 시절 나와 가장 친했던 친구는, 몇 년이 지나고 불쑥 나를 찾아왔다.
그렇게 나는 그를 보냈다. 싸우지도 않고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왜 멀어졌는지.



기억과 기억은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영혼처럼 나를 맴돌지만,
다시금 일상 속에 나는 죽은 고기를 물어 뜯으며 오늘에 묻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