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viet nam 2003.6~7

[베트남] 항상 웃는 사람들

maktub 2004. 5. 29. 22:34
작년 여름, 나는 베트남의 3대 도시인 하이퐁(Hai Phong)에 ADSL작업을 위해 한 달간 출장을 가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자 사람들은 아오자이와 사스 이야기만을 했다. 막상 베트남에 가려니 나 역시 아는 것이 없었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우리와는 전쟁보다는 경제 협력자로서 나아가고 있었다.
비행기 트랩을 내려 텁텁한 공기를 마시며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을 나선다. 어디에나 녹음이 있고, 그 녹음 위로 파란 하늘이, 채도가 높고 맑고 깨끗한 하늘이 있다. 그리고 끝임없이 몰려오는 듯한 우주선 무리처럼 구름이 떠 있다. 높은 빌딩도, 산도 없기에 저 멀리 아주 멀리의 하늘과 구름까지도 마치 광각렌즈로 보는 듯이 몰려온다.

누군가 그랬다, 사람에게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기후라고. 예전에 머물렀던 시애틀(Seattle)은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이슬비가 내리고 구름이 끼는 햇살결핍 도시이다. 그곳은 덕분에 그곳 사람들은 매일 커피와 맥주를 마시고,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살을 한다. 그와 대조적으로 베트남은 절대적으로 축복받은 햇살이 있다. 그리고, 그 햇살은 사람들에게 아무 이유 없는 미소를 갖다준다.


거리의 노점에서든 사무실에서 사람을 만나든 모두 웃는다. 아무런 이유없이 그저 나를 보고 웃고, 그런 사람들을 보게 되면 나 역시 웃게 된다. 반가워서 웃고, 일이 잘 안되어도 내일은 잘 될거라고 웃고, 그저 웃는다. 그리고 나도 따라 웃는다.
재미난 것은 베트남 사람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은 쉽게 친해지는데, 그것은 술자리 문화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일을 하러 그곳 사무실을 방문하면, 2시간의 점심시간에 어김없이 반주를 하고, 오후에 일이 끝날 지라면 어김없이 저녁을 빙자해 술을 마신다. 그 사람들은 , 우리는 <원샷>을 외치며 서로 술을 마실 것을 <강권>하고, 이렇게 오가는 술 잔 속에서 쉽사리 <친구>가 된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것은 말 한마디 못하면서도, 술 한잔으로 같이 웃는 친구가 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것은 생각하면 할수록 쌩뚱하기는 하지만 항상 그곳에서는 그랬다.

한국으로 오기 전 날,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어슬렁 시내로 나가, 정처없이 걸었던 길에 대한 기억을 남긴다. 노점에서 요플레 같은 것을 팔기에 하나 사먹으며,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싫단다. 같이 있던 여자아이나 찍어 달란다. 그래서 찍어주었더니, 옆에 있던 노점 아줌마도 찍어 달라고, 지나가던 아이들도 찍고, 이렇게 사진을 와르르 찍었다. 마치 연습이라도 하듯이 묻어나오는 자연스러운 그들의 미소는 프로모델이 지닐 수 없는 가슴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아직은 카메라가 귀하고, 사진이 비싼 곳이라 주소를 적어주며 보내 달란다. 흔쾌히 그러리라 말은 했는데, 귀국하여 바로 사진은 뽑았지만 다음달이면 진행되리라던 프로젝트는 지연되고 마침내 백지화되었다. 적어준 주소는 온데 간데없고, 덩그러니 사진만 남아 주인에게 돌아가 이제는 그 미소를 주인에게 돌려주길 기다린다. 노점에 있던 그들은, 시간이 지나 다시 갔을 때도 그곳에서 여전한 그 미소를 나를 반겨줄 수 있을까? 괜한 미안함이 흐르고, 말 그대로 그들은 미소는 사진에 남아 여전히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