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 2006

맥주의 계절 : 여름

maktub 2004. 6. 24. 23:31

나에게 가장 더운 계절은 6월이다.

무더위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고, 고온 다습에 장마까지 오고나면

차라리 7~8월은 살만하고, 9월은 에게 가을인데라는 생각에 덥다.

더구나영어에는 indian summer, 우리말은 <가을햇살에 며느리 내보낸다>라는 말이 있지?

무더운 여름, 무엇보다 맥주가 최고다. 더위도 식혀주고, 수분도 공급해 준다.

찬 음식은 잘 못 먹어도, 차가운 맥주는 잘도 먹는다, ㅋㅋㅋ

오늘 집에 들어와 며칠간 냉장고에서 잘 숙성시킨 hite prime을 먹었다.

prime은 내가 한국에 정을 붙이게 한 맥주고이고, 별명은 pride of asia라고 해주고 싶다.

변변한 맥주 하나 없는 나라에서, 프라임은 최고다.

프라임 자랑을 하고 넘어가자.

먼저, 밀을 넣지 않고 - 독일맥주가 100% 보리이듯이 보리로 만들었다.

덕분에 맛이 쓴 듯 하면서, 윤기나게 깊다.

첫 혀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칠듯 목을 타고 넘어가면서 끝까지 맥주 본연의 맛을 즐기게 해준다.

사실 프라임이 대단한 맥주는 아니지만, 기본이 되어 있는 맥주이다.

한국에 와서 하이트와 OB의 빈티 나는 맛과 외국 맥주의 맛을 못 잊고 방황할 때(?)

프라임은 와우~ 이런 맥주를!~!

밤. 그래 밤이다.

갈사람 가고 남을 사람 남아서 야근 하다가,

가볍게 한 잔 할까 하면서 기울이는 술 잔은,

길거리에서 테이블에서 골뱅이와 먹는 맥주는,

이게 여름이다.

2001년 여름에는 꽤나 많이, 2년에는 자주, 3년에는 가뭄에 콩나듯이,

4년에는 아직 이러지 못하고 있다.

누가 충무로에 골뱅이 먹으러 와라,

거리에서 선선한 바람 쏘이며, 맥주에 커다란 골뱅이나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