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박해일 -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maktub
2004. 7. 4. 21:34
어제 인어공주에서 고두심, 전도연과 함께 박해일이 도드라졌고,
예전에 보다가 지겨워서 그만 두었던, ... 처음 느낌은 참 좋았는데,
전근대적인 - 혹은 보스적인 문성근이 참 싫었다.
... 암튼 <질투는 나의 힘>을 보았다.
보면서 이야기가 참으로 꼬인다 싶었는데, 보고나니 의외로 단순하다.
그냥 배종옥 박해일 문성근 + 하숙집 딸네미 + 옛애인 정도의 이야기.
결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야기이다.
찾아보니 감독은 여자다. 허긴 남자가 이런 이야기지는 않겠지.
홍상수 조감독이었다고 한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처음 5명의 관계에서 마침내는 여자들 3명은 빠지고,
<질투>의 관계로 남아야 할 두 사람이 같은 집에서 사는 것으로 끝이 난다.
참 묘할 관계일세, 그리고 박해일은 왜 그렇게 살아가는지...
박해일 배종옥을 빼면 너무 스테레오적으로 인물이 그려지고,
목소리만 나오던 옛애인은 화면에 나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좋은 평과 상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좀 지겹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
검색을 하다보니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이 같이 올라왔다.
94년 대학 2학년 문학의 이해 시간. 시인이었던 강사가 그의 시를 알려주었고,
뜻도 모르고 읽었는데. 나중에 그의 산문집을 읽으면서 조금 이해 할 수 있었던 기형도.
다시 읽으니 줄과 줄 사이에서스스로 빛을 내는무엇이 느껴진다.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