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풀무원 순두부 찌게

maktub 2004. 7. 4. 22:56
나는 순두부 찌게를 최고로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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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순두부 찌게에 본격적으로 맛을 들인 것은 학교 앞에 있는 분식점에서이다. 그 곳의 순두부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순두부에도 칼칼한 맛이 배었다. 그 집에서 순두부찌게에 맛을 들였다.
그리고, seattle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는 호순이 순두부가 있다. 매운 맛과 풍성한 해물, 그리고
맛을 풍부하게 해주는 양념이 있어서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식당이었다. 이국땅에서 이렇게 맛있는
순두부를 먹을 줄이야...
다시 한국에 왔다. 아쉽게도 그 어디에도 호순이 같은 순두부를, 혹은 학교 앞에서처럼 칼칼한
순두부를 멋을 수는 없었다. 역수입 되었다는 LA순두부를 먹어도,,, 재료를 넣은 것 일뿐,
우러나는 <맛>이 없었다. 허긴 호순이가 한 10달러 한다치면 한국에서 만원짜리가 없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학교 앞 순두부집의 맛의 비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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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세상에는 <풀무원 순두부 찌게>라는 것은 없다.
그냥 저녁때 머 먹을까 하다가, 예전에 사은품으로 받았던 풀무원 순두부찌게 양념이 있길래,
아래 파노라마 찍고, 롯데슈퍼에서 풀무원 순두부를 사왔다.
먼저 물 반컵과 순두부 양념을 섞고 뚝배기에 불을 붙이고,
순두부를 넣으면 끝. 물론 이러면 밍밍 하니까, 냉동 조개를 넣었더니 그 맛이 일품이라.
물론, 순두부 찌게는 마지막에 계란 넣는 것 잊지 마시구요.
아 단 돈 2300원 정도에 이렇게 맛있는 찌게를 먹을 수 있다니, 이건 <감동>이다.
하지만, 나의 순두부에 학교앞 분식점의 그 칼칼함은 없다.
어쩌면, 그 맛은 나의 <환상>일 뿐이다.
이국땅에서 외로운 생활속에서 떠올린 그 맛은, 실증되지 않았고, 더구나 귀국후 없어져서 그 맛을
확인하지 못했던 그 맛은, 실제가 아닌 <환상>의 영역이었고, 그 공간에서 그 맛은 은빛 신기루같은
칼칼함이 되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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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두부 찌게를 최고로 좋아한다.
이제는 종종 집에서 해먹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