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jeju 2004. 7

[04] 오징어야, 오징어야

maktub 2004. 8. 4. 12:40


제주도에 오징어 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어느 포구에나 많은 오징어 잡이 배가 있었고,
밤이면 그 배들이 밤바다를 아름답게 수 놓았다.
그리고, 오징어 잡이 등은 요로코롬 생겼단다.


낮에만 포구에 들러서인지 한 번도 배에서 일하는 분들은 본 적이 없는데,
어느 이른 아침 서귀포 부근의 포구에 나가보니, 어느 아저씨 한 분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저 등으로 오징어를 유혹하고, 그물로 오징어를 포획하는 콤비 플레이 혹은 세트 플레이.
등과 그물을 통해 어저씨는 평생 얼마나 많은 오징어를 잡았을까.
그리고, 그 오징어들은 얼마나 멀리 멀리 퍼저 우리들의 식탁에 산채로 때론 요리되어 올라 왔을까.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생명의 오징어를 먹었는지.
포구에 있는 많은 오징어 잡이배들, 어제 밤 출항을 마취고 쉬고 있다.
아저씨들도 이렇게 쉬고 있겠지.
고등학교때 보던 영어 독해집의 문장이 생각난다.
(대충) 바다에 나가는 것은 무서워여, 바다를 험란한 파도로 많은 사람을 집어 삼켰자나요.
예야, 더 많은 사람들이 침대에서 죽어갔단다. 너는 침대 가기 두려우냐?
유명하다는 제주도의 된장에 찍어서 유달리 오징어회를 맛있게 먹고,
맥주 한 캔 사러 편의점으로 가다가 회집 수족관의 오징어를 보았다.
큰 눈의 한쪽으로 나를 보고 있는 오징어들이 물속을 걸어다니고 있었다.
오징어야, 오징어야,,,
이번 생에서 너는 오징어로, 나는 인간으로 태어났구나.
다음 생에서는 인간으로 태어나길 바래.
인간으로 살면서 수많은 살생을 즐겼으니,
나는 다음에 무엇으로 태어날까,
오징어야, 오징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