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역시! ::: 이노센스 innocence
maktub
2004. 10. 16. 07:42
내가 이노센스를 좋아하는 부분은 감독과 내가 어느 정도 코드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큰 것은 <기억>에 관한 부분이다.
스무살 넘어서 살다보니 인간은 <호오 메모리쿠스> 즉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더라.
나를 나이게 해주는 것은 <추억> 즉 너와 나의 관계 - 이것도 추억이고 - 나의 일상
- 이것도 그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의 추억이다.
감독도 인간은 스토리지에 담긴 기억으로 인식한다.
기계에 있으면, 어느 공간에 있어서 전파를 타고 기억을 송수신 하면 어떠랴,
나만의 기억이 있고, 그에 다른 유대감과 사랑, 취향, 감성이 있으면 내가(我 ghost) 아닐까.
물론, 나의 육체를 떠나서 존재한다면, 껍데기 (shell) 가 어떤 식으로 ghost에 영향을 주겠지.
***
전작에서는 ghost 세계의 일상이 나왔다면, 이번에는 그들만의 고민을 이야기 한다.
그저 기억에 불과한 나는 어떻게 존재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전자적 기호인 나는 살아 있는 것인가 죽어 있는 것일까.
이러한 고민을 같이 나누다보면 시간에 대한 것들까지 쥐죽 박죽이 되어 버리기까지 한다.
- 그래서 이 영화가 좋다. 남들은 전작과 별반 다를 것 없다고 하지만,
- 아마도 그것은 그들이 바랬던 것은 무엇인가 획기적인 개념과 눈요기꺼리였지
- ghost들의 삶 자체가 아닌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영화적으로도 이 영화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몇몇 흠 잡을 곳이 있기는 하지만, 밤거리 자동차의 겉에 반사되는 야경이라든지 등등.
하지만, 몇몇 장면은 만화와 실사의 어색한 공존이 있기도 하다.
특히, 킴을 집에 들어가기 위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공간에서 그려진 모습이란...
개인적으로는 반복적으로 쓰여서 쭈압 했지만, 결국 그래서 강렬하게 남은 주제 음악도 좋다.
사건의 순간 그 음악을 통해 입체적으로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무엇보다 이 영화가 만화가 아닌 것은 - 이야기 자체에 있다.
영화가 삶을 다루듯이 이 영화에도 그것과 철학이 녹아 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좋다.
최근 보는 영화들은 <나쁜 교육> <꽃 피는 봄이 오면> 등 괜찮은 영화가 많다.
왕가위의 <2046>도 좋던 싫던 우리 세대라면 보아야 겠지. 이젠 그의 이야기가 지겹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