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동해 2006 5

7번 국도의 추억

maktub 2006. 6. 4. 21:25
윤대녕의 소설인데, <경주의 푸른 길>이라고 기억 됩니다.
경주에서 강릉 정도 까지 가면서,
7번 국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옆에 앉은 낯선 여인과의 이야기인데,
그의 소설이 언제나 그렇듯 시원에 대한 이야기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 소설을 통해 7번 국도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
96년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경주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어느 할아버지/할머니 커플과 함께 경주 여행도 하고,
백암온천까지 여행을 했더랬지요.
***
울산에서 서울로 오는 길,
지난 번에는 울산-포항 구간을 해안을 갔었기에,
이번에는 포항까지는 국도를 타고, 속초까지 해안길을 타기로맘을 먹고 길을 출발했습니다.
비 오는 여행길은 참으로 아늑합니다.
차창으로 빗물이 튕기고, 와이퍼가 닦아 내고,
비록 운전하기 힘들고 조심조심해야 하지만,
운전 자체가 진한 커피향 같다고나 할까요.
사진을 보면 이 때가 생각 나네요.
저법 비가 내렸고, 포항까지 제법 차도, 신호등도 있어서 더디게 갔지요.
포항을 지나자 본격적으로 <경주의 푸른 길>을 가는데,
양방향으로 아무런 차도 안 보일 때가 많았습니다.
또한, 곳곳에 4차선으로 공사를 완료 했기에,
엄청난 속도로 달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행의 딜레마는 여기서부터 입니다.
빠른 길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선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적당히 국도를 타는데......
사실 바다 몇 번, 해수욕장 몇 번 보고나니,
게다가 바다를 옆에 끼고 달리니 바다에 시큰둥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바다가 길을 가면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
한적한 사람없는 바다를 보는 재미가 솔솔 합니다.
사실 이 재미란 것은 그곳과 나의 <타자화>를 통해 이루어 집니다.
머 전쟁이란 게 그렇자나요, 내가 안 죽으니까 재밌는 것이지,
내가 그곳에 있다면 지옥이지요.
때론 어촌의 한적함이 좋지만, 그것이 나의 일상이 된다면......
물론 좋겠지만, 지금 나의 일상 즉 가족과 친구들은 어쩌고
처자식은 누가 먹여 살리고?
- 머 그 곳에는 그 곳의 삶이 있기 문제가 없겠죠.
- 단지, 제가 적응이 안된 것이 문제겠죠.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밝아 갑니다.
맘에 드는 해수욕장에 들러 바다를 쐬 보지만,
비는 와도 바람이 없어 파도가 치지 않으니 심심할 뿐 입니다.
바다를 보고 때론 달리다가,
망양 휴계소에 들립니다.
참 절묘하다는 느낌이 드는 휴계소였습니다.
그리 높진 않아도, 깍아진 듯 바다를 낀 절벽에 있는데......
다시 지도를 찾아보니 한참 먼 곳이군요.
가끔 언덕을 만나기도 합니다.
언덕에서 공사차량인듯 덤프를 만나기도 합니다.
2차선 꼬부랑 길이라 추월하지도 못하고
S자 길을 천천히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도
여기 아니면 어디서 해보겠습니까?
동해시에 가서 충전을 하니 이미 5시가 되고,
중간에 쉬엄쉬엄 왔지만, 운전한지 6시간이 되네요.
그래서, 대략 길을 접기로 하고 고속도로를 타기로 합니다.
아쉽지만, 바다를 뒤에 두고 집으로 집으로.
옥계 휴계소에서 뜻하지 않게 다시금 좋은 풍경을 접하며,
신라의 푸른 길은 영동의 빠른 길로 이어집니다.
옥계에서 집까지 대략 2시간 30분
동해가 서울에서 가깝긴 가깝네요,
7번 국도를 타면서둘러봄이 아니라
잠시라도 머무르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운행 내내 옆에서 같이 해준,
얼렁뚱땅 노트네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