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석문 방조제
maktub
2007. 8. 12. 17:45
출장이란 일도 하지만, 새로운 동네에 대한 작은 발견이기도 하다.
사실 당진에 올 때까지만 해도, 그냥 가까워서 좋네 정도 였는데
그래도 바다가 있단다.
그리고, 석문 방조제 등 쉴 만한 곳이 있다.
방조제에 앉아 한참 동안 음악을 들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뚝파 한 그릇
- 이지상
티벳트 난민촌은 맥레오드 갠즈에 있다.
다름살라에서 차로 2,30분쯤 걸리는 해발 약 2천 미터의 히말라야 산골짜기다.
10년 만에 다시 그곳을 방문한다.
밤길을 달려 그곳에 이르니 거리의 상점은 모두 문을 닫은 후였으나
식당 한 군데에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카일라사 호텔
말이 호텔이지 허름한 여관이다.
그 여관에 딸린 2층의 식당으로 들어가 뚝파 한 그릇을 시켰다.
갸툭이라고도 불리는 이 티베트 국수는 얼큰해서 한국 사람 입맛에도 잘 맞는다.
나와 얼굴이 비슷한 티베트 사람들을 보니 고향에 온 것만 같아 푸근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티벳트 사원은 굳게 닫혀 있다.
거리엔 인적이 뚝 끊겨 있다.
한참 후, 티베트 여인이 뚝파를 내왔다.
순간, 끊어졌던 시간이 이어지는 충격에 나는 휩싸이고 만다.
10년...... 10년이 흘렀다.
그때도 나는 이 자리에 앉아 뚝파를 먹었었다......
10년이란 세월 동안 나는 어디에 갔다 온 것일까?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아주 많은 곳을.
그리고 많은 것을 겪었다......
그러나 결국 이 자리로 돌아와 그때처럼 뚝파 한 그릇을 먹고 있다.
꿈이었나?
그 세월이 꿈이었던건가?
꿈에서 깨어나듯, 나는 뚝파를 입에 넣었다.
삶이 한갓 꿈이라면,
언젠가 나의 삶이 끝나는 순간,
자는 저 다른 세계 어딘가에서 불현듯 꿈에서 깨어나 이렇게 뚝파를 입에 넣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숙소로 돌아오는 밤길이 익숙했다.
멀고 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나그네처럼 나는 천천히 어두운 길을 걸었다.
밤은 이미 깊은 적막 속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이른 아침, 잠결에 어디선가 노인의 목 쉰 소리가 들려왔다.
중얼중얼 쉬지 않고 이어지는 티베트 노인의 독경 소리......
낯선 세상이었다.
아...... 어제의 그 익숙했던 세상은 어디로 간 것일까?
나는 그 사이에 또 어디를 갔다 온 것일까?
지나간 전생들과 다가올 내생들이 켜켜이 가슴 위로 쌓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