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여느 때보다 신작에 대한 기대가 컸다. 개봉이전부터 영화제니 전액 해외 투자에,
거의 모든 언론에서 인터뷰 나 리뷰가 있었고, 주인공 3명 역시 이전보다 휠씬 유명한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아무도 <감히> 영화가 <재미없다>거나 <별로>라고 이야기 하지 못 했다.
홍상수인데, 한국에서 어찌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으랴!
모두 분위기 만드는데 동참하고 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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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들어섰고, 어색할 정도로 촌스러운 자막이 올라가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홍상수 특유의 연극같은 화면이 올라왔다.
나는 이것이 참으로 맘에 든다! 최근에 언론을 통해 알게 된 것이지만,
아주 작은 부분까지 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연출된 것이라고 한다.
이런 화면을 보고 있으려면,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라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맛으로만으로도 그저 홍상수표 영화를 하염없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에는 <우리>의 이야기가 나온다.
현실의 삶에 대한, 일상을 허우적 거리는, 그리고 탈출구 없는 삶이 나온다.
해외에서 들어와 옛애인을 찾아가는, 강사인 사람, 그 사람의 애인과 애인이었던 사람,
꿈이 없어진 사람, 섹스가 필요한 사람,잘라 보이고 싶은 사람, 넘처나는 性,
영화세트가 아닌 현실공간에서 **계층에 대한 이야기가 스르르 나온다.

하지만, 선화라고 기억되는 여자가, 그리고 마지막에 나왔던 그 학생이,
<일반>적인 여자라고 말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을까?
물론 이렇게 말한 사람에게 영화란 백만명중에 한명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했지만,
이렇게 되면 영화가 영화가 된다.

나아가, 어느 잡지에 나왔듯이, 홍상수 영화 전반에 걸처 흐르는 여자의 모습은
남자의 판타지이지 여자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같이 본 여자도 그렇게 말하고.

여자가 남자의 미래이기 보다는하룻밤의 같이 하고, 마침내 밥까지 먹여준다.
남자가 원하는 여자는 이 두가지의 해결사일까,

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예전에 그저 사람으로서 존재하던 여자들은,
지금 나에게는 <여자>가 되어 내게 존재하지 않는다.
홀~!

어찌하였든 홍상수를 보는 사람은 이 영화를 계속 볼 것이고
(사실 홍상수 영화가 흥행을 하기는 어지간해도 힘들 것이고)
안보는 사람은 계속 안 볼 것이다.
물론, 누구든 보는 사람은 재미있을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