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하늘에 밝은 해가 떴다.
여행지에서 중요한 것은 하루를 일찍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더운나라에서는 일찍부터 모든 것들이 시작된다,
예를 들어 버스도 6시부터 있지만, 막차는 3시면 끈기는 식이다.
필리핀에서의 둘째날은 다이아몬드 호텔 근처에 있는 몇몇 유적을 둘러보았다.
생각보다는 사람이 적고 한산했다. 머 대단한 것들이기 보다는 그냥 휙휙 이랄까.
역시 역사를 좀 알고가야 재밌다 -.-;;;
우리와는 다르게 카톨릭의 역사가 오래되어 큰 성당도,
어디나 그렇듯 전쟁에서의 유적도 있고...


[ 폴라로이드를 가지고 갔는데, 꽤나 유용했다
또한 사람들기 꽤나 신기해했고 ]
근처에 무슨 대학이 있나보다, 그래서 점심은 중국음식 패스트 푸드점인 졸리비에서 먹었다.
한국식 중국음식이기 보다는, 서양식 중국음식이어서,
메뉴를 말하면 이미 요리된 국수나 음식을 담아주는 스타일이었고,
음식을 뺀 나머지는 패스트 푸드점과 똑같았다.





슬슬 거리를 걷다가 대성당 근처에서 100페소 정도로 마차로 유적을 돌아보는 것이라는 사람이 있다.
설마? 하다가, 그래 한 번 타보자는 마음으로 탔다.
이런저런 유적 사이를 마차로 이동하고 유적을 보니 그런대로 편하게 볼 수 있었다.
더구나 사람들이 친절하게 사진도 찍어주고.
다 돌고 와서 돈을 달라는데, 황당하게 1000페소 정도를 달란다. 유적당 100페소 였단다.
비록 동남아 사람들이 체구도 적고 만만하지만, 일단 나는 외국인이고 상대는 둘 이고,
더구나 마차는 사람들이 없는 곳에 세워졌다.
이럴 때! 말 잘 안 통한다고, 1000페소라봤자 3만원 이니까 주면 안된다.
나는 크게 소리를 치며 싸웠다, 무슨 소리냐 내가 모든 것이 100페소라고 했지 않느냐,
난 못준다, 100페소는 커녕 50페소만 주겠다, 내가 마구 소리치며 어거지를 부렸다.
사실 이런 식의 어처구니는 동남아 어디에나 있고, 항상 네고를 하면 된다. 아니면 경찰서에 가든지.
대충 120페소 정도로 네고를 했다 !
그리고는 한참 싸우던 사람들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머냐 -.-;;;

무슨 요세로 가는 길, 어느 건물앞에 뜨거운 햇살 아래 젊은이들이 주르르 서 있다.
궁금하던 차에 앞에 있던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입사원서를 내는 줄이란다. 그 회사는 필리핀에서 굉장히 좋은 회사이고, 어쩌구...
우연히 만난 이들과 길에서 꽤 길게 이야기를 했고,
그들이 나에게 콜라까지 사주었다, 마시면서 좀 미안했다.
기억에 남는 것은 필리핀 사람들이 한국에 오는 비자를 얻기 힘들단다, 불법 취업 때문에.
허긴 우리도 미국비자를 얻기 힘든 것이 다 저런 이유가 아닌가.
나는 그것도 모르고, 한국에 오고 싶다는 말에 놀러오세요, 술 살께요~ 라고 했으니.... -.-;;;





[ 언제나 여행자의 말은 거짓말이다. 이들에게 사진 준다고 주소까지 받았는데,
아직까지 안 보내고 있다. 물론 그러는 사이 주소를 적은 수첩은 도망갔고. ]

대략 둘러보고, 차이나 타운에 갔다.
세계 어디에도 있지만, 한국에만 없는 차이나 타운.
역시 슬 둘러보고, 졸라비에서 음료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여행중 내내 최인호인가? 그 사람의 <가족>을 읽었다.
누나들이 가족 1,2권을 샀었는데, 나도 그때 잼나게 읽어서,
여행하면서 가볍고 재미있고 따스하게 읽기 위해서 가족을 2권 샀던 것 같다.

역시 혼자 여행하는 사람은 밤에 심심하다.
그렇다고 여관에 있을 쏘냐, 저녁 피자집에서 먹고
라이브를 하는 맥주 바로 갔다.
혼자라니 내 눈치를 보다가, 내가 피처를 시킨다니 앉으란다.
호프집의 규모는 꽤나 컸고, 밴드는 주로 팝송을 카피 했는데,
중간중간 멘트와 생일 사연 등을 읽어주었다.
아마도 친구 가족 연인들이 근사한 저녁을 꿈꾸며 오는 곳인가보다.

글일 보니 슬슬 둘러보고 걍걍 있은 것 같았지만,
사실 어딜 떠나서 혼자 낯선 곳을 다닌다는 것은
약간은 흥분되고 조금은 긴장되고 꽤나 심심하고 정말 외로운 짓이다.
하지만, 이것이 이국에서 벌어진다면 그 자체로 꽤나 exciting 하다.
이렇게 나의 하루는 필리핀에서의 둘째날은 저물었고,
언제나 그렇듯이 편의점에서 그 나라 맥주를 한 병 사다가 마시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