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은 이래저래 아쉬움만 남는 여행이다.
길위에 있는 것 자체를 즐기기 보다는,
어디론가 집착했다.
지나고 보니 가려고 했던 곳에서의 시간보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기억에 남는다.
길 건너를 지나가는 시골버스가 1시간 30분이 있어야 내 앞에 오고,
그 버스를 10분만 타면 되다니...
하지만, 섬진강을 앞에 두고,
지리산 끝자락으로 뉘엇뉘엇 넘어가는 해를보며,
버려진듯 홀로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사람에 엉커 꽃밭을 보는 것 보다는
더 인생에 가까웠다.





모랄까, 봄바다는 또다른 설레임이다.
봄은 그 자체로 황홀함이며 흥분됨이지만,
바다는 여전히 다소곳이 저곳에서
누군가를 설레이며 기다리고 있다.
찰랑거리는 파도소리에 맞추어,
반짝이는 햇살을 조명삼아 춤을 추웠다.
정물인 듯 앞바다에 고기배들이 멈춰 있었고,
개들도 짓지않고, 느긋이 누워 봄바람을 쐬고 있었다.
모든 것은 평화롭소 따스했다.
머물고 싶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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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슬로우 비디오인양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알고 있었다.
학교를 가는 아이들도,
버스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일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 나역시어릴적 그랬지만, 지금은 그저 신기한 따름이다.

구례에서 버스를 기다리기 지루해 길을 나섰다.
몇 발자욱 지나자 않아 화사한 매화나무를 만났다.
어제까지만 해도 겨울 잠바 찾던 놈에게
갑작스레 봄기웃 가득 핀 꽃은 아득함이다.
역시나 하동의 매화마을의 매화는 장관이었다.
산마루 어디나 하얀 매화가 널렸고,
세상이 마치 설탕으로 만들어진듯 달콤했다.
봄날 우연한 하루의 여행이었지만,
듣던대로 버스에서 만난 사람 모두 친절했고,
해는 넘어졌고, 왔던 길보다 더 많은 길을 가야했지만,
남녘의 봄을 맞으니 어딜가나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 좋았다.
하지만, 웬일인지 나비를 쫓은 기분은 왜일까.
신기루를 손에 쥐고 있는 이 설명되지 않는 기분.
아마 이 모두 봄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