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Seattle에 머물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정말 정말로 가난 했다.
길 가에서 목이 말라도 쉽사리 75센트 짜리 콜라 한 잔 뽑아 먹을려면 세 번 정도 생각을 해야했다.
대학교 다닐 때는 버스비 아끼고, 밥 안 먹어서 음반을 사곤 했는데,
이 때도 정말정말 돈을 아껴서 겨우겨우 LP CD를 사곤 했다.
University Avenue에 자주 가는 음반점이 2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중고와 새것을 같이 파는 작은 가게였고,
다른 곳은 45번가 근처에 있는 LP가 아주 많은 큰 가게였다.
작은 가게에서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가 the day I Fell Down을 만나게 되었다.
솔직히 이런 the day I fell down이라니 너무나 제목이 유치했다.
젠장 이런 제목을 달 수 있을까 싶은데,
내가, 나 역시 loser이기에 이런 제목이 손이 가는 것이 인지상정 동병상련인가보다.
새 것인데, 가격이 그리 안 해서 하나 사서 정말 마르고 닳도록 들어서 - CD는 망가졌고,
다행히 나중에 친구 줄려고 1개 더 샀는데, 그 놈이 상태가 좋았다.
오랜만에 다시 듣지만, 참 좋다.
가끔은 무슨 말인지 알고 싶기도 하지만,
더 가끔은 무슨 말인지 몰라서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나중에 1장의 앨범을 냈다는 것이고,
여전히 myspace에 살아 있다는 것이다.
http://www.myspace.com/thedayifelldown
그곳에 가면 새 앨범(?)에 들어있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새 앨범은 좀 더 대중적인 록인데,
이 앨범은 모랄까, 김광석이나 커트 같은 느낌이랄까,
그것은 옆에서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 가슴속에 들어와서 노래가 내가 되어서 노래를 한다고나 할까?
장르적으로보면 느린 템포의 어쿠스틱한 록이라고나 해야할까?
분명한 것은 아니 말하고 싶은 것은 seattle 음악이라고 해서
모두 nirvana, sound garden, pearl jam 같지 않다는 것이다.
즉, 헤비함이나 음악적 장르에서 seattle sound를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비 내리는 멜랑콜리함이
seattle sound가 아닐까?

이 앨범은 seattle의 멜랑콜리함이 녹아있기는 하지만,
잠 잘 때 그냥 틀어놓고 자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걍걍 가는 듯 하지만, 한번 몰아 칠 때도 있기도 하고,
꽤나 록 밴드 같은 면도 있고,
- 아마 이것은 자켓 앨범과 비교해서 저렇게 들리기 때문일 것이다.
추천곡은 gray pony, sitting in a yard.
for the birds, lament for a friend도 참 좋다.
개인적으로 별 4개 정도를 줄 정도로 잘 만드어진 앨범이다.
쓰고보니, 어차피 구할 수도 없는 앨범을 들어보라는 격인 것 같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