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갔는데, 열쇠가 없었다 -.-;;; 날은 춥구, 갈데는 없구...
집뒤에 있는 작은 극장 (이지만 생각보다는 휠씬 괜찮아서 갈만한) 에 갔다.

예고편에서는 멋진 학원 폭력 액션이 나올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영화는,,, 엉성한 얼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점은 맘에 든다.)
우정 사랑 쌈질... 마치 우리의 인생이 줄거리 없이 진행되듯이
영화도 그저 진행이 된다.
만약, 권상우라는 어깨가 힘 좀 들어가는 넘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꽤나 잔잔하게 볼 수 있었을텐데...

반대로 말하면, 사랑이 그럴 듯 한 것도 아니고, 쌈질이 그럴 듯 한 것도 아니다.
그럴 듯한 사랑이 아닐지언정 그 속에서의 애듯함이, 아주 작은 떨림까지 잡아낸 것도
아니고...

***

무엇보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 이성을 접할 때의 느낌이 떠올린다.
학교를 다닐 때, 훔쳐보면서 느끼는 그 설레임.

아저씨가 되고 나니 가장 먼저 없어지는 것이 이 <설레임>이다.
이미 나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기도 하지만,
아니면 그런 감정을 이미 거세하였기 때문일까,
설레임이라는 것이 없어졌다.

그리고, 이렇게 설레임이라는 감정의 한 축이 무너지자,
다른 감정에까지도 그것이 영향을 준다.
결혼이라는 안정된 생활은 고뇌를 앗아가고,
생활과 돈은 낭만을 ??P고 있다.

결국 감성은 무뎌지고,
이제까지는 생활전선의 후방에서 탱자나무 키우면 놀았는데,
지금은 최전방에 다이너마이트 들고 뛰어다니는 기분이다.
방탄복도 없는데,
내가 영화속의 주인공도 아니고, 엑스트라는 픽픽 쓸어지던데...


그래도, 해가 지면 돌아갈 집이 있고, 나를 반기는 사람이 있고,
가끔 만나 술 한잔 하는 친구가 있고...
이런 것들이 오늘의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그 모두들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