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짜이에 있는 커피숍 딜마, 아마도 체인점인 듯 아니면 상표나]
그 도시의 번화가를 안다는 것,
가는 길을 알고, 즐겨 가는 가게가 있다는 것은,
그 도시에 적응이 되었다는 것이고,
또한, 그 도시에 정이 든다는 이야긴데,,,
10년전에는 봄날의 종로를 좋아했다.
햇살 비치는 나른한 종로 거리를 수업을 빼먹고 걷곤했다.
서점에도 드르고, 음악도 듣고,
시애틀은 다운타운 보다도, University Avenue가 휠씬 기억이 강하다.
아르바이트를 하러가던 매주 주말 9시의 모습,
I-5라는 고속도로를 건너서,
50번가에 있던 Jack in the box라는 패스트 푸드점
거의 인적이 없는, 아직 해가 안떴지만 그런대로 밝은 거리.
50번가부터 40번가까지 있던 이런저런 가게들,
중고 LP를 많이 샀던 레코드샵들,
음악을 듣던 타워 레코드,
베트남 쌀국수집, 테리야키집,
BIG5라는 스포츠샵,
카페 북스토어 등등등......
태국의 카오산과 시암을 기억한다.
주말 새벽에 도착한 카오산은 젊음이 광란화된 거리였다.
거리에서 술마시며 흥에 취한 다국적 사람들,
세븐 일레븐 편의점 편의점 편의점과
수많은 guest house라는 값싼 숙소들.
그보다는 시암(Siam)이 더 좋다.
그 거리에 앉아서, 멍하니 뮤직비디오를 보며
사람들과 같이 버스를 기다렸다. 물론 내가 탈 버스는 없었지.
MBK 마분콩의 거대한 규모와
2시까지 술을 마시며 즐겼던 Hard Rock Cafe Bangkok.....
필리핀 마닐라의 내가 갔던 곳은 마티카인가? 잘 기억하니 않는다.
전철을 타고 내려서 TGI를 지나,
거대하고 굉장히 세련되었던 안마집을 지나있던
나의 숙소와 수많은 카페.
3일을 그곳에서 지내면서 그래도 떠날 때는 아쉬웠는데.

[퇴근 길의 나짜이. 사람들의 홍수]
그리고, 베트남 하이퐁이다.
이곳의 번화가인 디엔비엔푸보다도, 엥정보다도,,,
매일매일 보았던 걸었던 차를 타고 지나간 나짜이 (Lach Tray)가
나는 좋다.
이름이 주는 어감이 맘에 들었다.
주욱 늘어진 길거리에 필름 현상/인화소가 많았던 것도,
짜이 호텔의 스테이크도, 길거리 이발소도......
모두모두 맘에 들었고,
무엇보다 나짜이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습이 좋다.
어제 저녁은 엥정이라는 곳부터 나짜이를 지나 숙소까지
40여분을 걸어왔다.
밤의 나짜이는 여느 베트남의 거리처럼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세우고
길거리에 종기종기 않아서 맥주나 음료수를 마시며 이야기를 한다.
그들이 부러웠다.
시원한 밤거리의 그들이 부러웠다.
이제 일주일이면 나도 저럴 수 있으리라...
청소를 하는 청소부를 보았다.
아 이 나라의 거리도 청소를 하는구나.
왜 이 나라에는 이런 것이 없을거라는 생각을 했을까?
알게 모르게 우월감에 휩싸여 있음을 인정한다.

[밤의 나짜이. 변두리는 황량함도 있지만, 시내쪽은 옹기종기 앉은 사람들이...]
나는 어떤 존재일까,
누구이기에 서른살의 나이에 베트남 하이퐁이라는 곳까지 와서
그 밤에 나짜이를 걸어가고 있는지.
나는 나짜이를 지나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내일은 나짜이를 지나 어디로 갈까?
길에서의 질문은 언제나 똑같다.
답도 언제나 똑같다,
내가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
내가 어디서 왔는지도,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내일의 일은 커녕 10분 후의 일도 모른다는 것.
하지만, 나의 존재에는 여러가지 짐들이 지워진다.
<김완수>라는 이름 3글자를 가지고 있는 나는,
한 가정의 아들이자, 한 여자를 사랑하는,
여러 친구가 있고,......
나도 언젠가는 사라지겠지?
언젠가는 이런 길에서 사라지겠지.
그럴 때 기분은 어떨까.
노인이 되어서 이제 죽음이라는 것이
내가 가진 유일한 통과의례가 되었을 때,
......
무엇이 오랜동안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그렇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종로든 나짜이든 시애틀이든,,,
내 나이가 스물이건 서른이건
나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궁속을,
자신만만하고 잘 아는 척 하며 살아가고 있다.
진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