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사람이 북한에 가서 냉면을 먹게 되면,
에게 이게 머야 라는 말을 한 답니다.
이미 우리는 조미료에 맛들어져서 순수의 맛에 무반응을 한다는 것이죠.
자꾸 먹어야 그 맛을 알게 된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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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다보니 경주에서 칼국수를 먹게 되었습니다.
그냥 옛날 기와집이고 마당이 있는 그런 집 입니다.
좋게 말해 소박한, 나쁘게 말해서 허름한 그런 시골집입니다.

다행히 에어컨이 있는 방이 있어서 들어 갔고,
칼국수와 콩국수를 시켰습니다.
배추김치와 신기하게도 깍두기가 나오더군요.
먼저, 칼국수는 국수에 콩가루와 호박 정도가 올라가 단촐한 모습입니다.
한 젖가락 들자 그리 길지않은, 제 각각인면입니다.
이것은 옛날 방식으로 직접 손으로 면을 잘랐기에 이렇게 나오는 것 입니다.
만약, 기계가 한다면 면은 길고 균일하게 나옵니다.
비슷한듯 서로 다른 면은 입에서 칼리면서 혀와 입안에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에 또다른 맛을 주죠.

아 빼먹었네요, 면은 너무 쫄깃하지도 않고, 너무 물러터지지도 않은
알맞게 균형이 잡혀 있습니다.
자극적이게 쫄짓하지 않지만,
처음 한 입부터 마지막 입까지 면을 즐길 수 있는 이 정도의 찰기를 맞추는 것은
단순히 <고수>라고 말하기에는 우리 조상 대대로의 <전통>이라는 부분이 느껴집니다.
자 국물은 어떨까 한 입 그릇체로 먹습니다.
멸치 국물의 시원함이 따스하게 혀로 입으로 목으로 몸으로 넘어옵니다.
조미료로 지저분한 뒤끝이 아니라,
향이 진한 맥주를 마시는 기분이랄까.
한 목 넘기고 나면 살짝 맴돌다 사라저버리는 향이 좋다.
물론, 칼국수이다보니 결죽하게 목에 걸리지만,
그 맛을 잘 구분해야 한다.


이런 칼국수를 만드는 곳이라면, 콩국수는 어떻겠는가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
어린 시절 집에서 엄마가 콩을 직접 갈아서 만들어 먹던 콩국수의 맛이다.
일부러 얼음을 띄워 차가움으로 그 맛을 가리지 않고,
콩국물 자체를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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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칼국수니 해물칼국수니 하면서 칼국수 자체의 맛을 저버리거나 오버해버린 칼국수가 아닌,
칼국수와 원형을 만났다고나 할까.
내 언제 또 이곳에 와서 칼국수를 먹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맛을 지니고 있는 음식점이 오래도록 영업을 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