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에 왔으니 전망대라도 왔다 가야지,
사실은 더 유명한 절이 있다고 알고 있는지,
보길도에서 의외로 시간을 오래 보내고,
서울까지 올라갈 생각을 하니 시간이 아쉬웠다.
땅끝 전망대에 올라가는 일은 쉽지 않다 -.-;;;
무슨 산을 타는 것 같은...
나중에 알고보니 뒤편으로 오면 아주 쉽다는...
하지만, 경치는 앞편으로 올라가는 것이 바다를 끼고 있기에 좋단다.
결국 올라갈 때는 뒤로, 내려올 때는 앞으로 -.-;;; 이게 정답니다.

전망대에 표를 끈고 올라가자, 와우~
땅끝에 선 기분이 조금씩 들었다.
높기도 하거니와 날씨가 좋아서 전망이 좋았다,,,
땅끝에는,
그냥 바다가 있었고,
둥근 지구를 따라 다른 세상이 이어져 있나보다.
그렇듯, 절망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는 것이 때론 기쁘기도 슬프기도 하는 것이겠지,
이것이 땅끝이 주는 <억지> 교훈이리라,
생각해보면, 젊은 시절 땅끝에 왔다면 어땠을까?
가장 큰 허무를 봤기에 허무하지 않았을까?
사막에 갔더라면?
역시 버스 시간도 남고 해서,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었다.
동남아에 여행을 가서 조금 깊이 들어갔다가
다시 도시에 와서 맥도널드나 KFC를 보고 안정을 찾고
입맛에 맞는 음식을 즐길 수 있듯이,
시골에서 편의점을 보면 웬지 라면과 김밥을 먹게 된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 밥을 해결하기가 의외로 힘든 때가 있는데,
땅끝처럼 식당은 전부 횟집인지라 -.-;;;

광주까지 2시간, 다시 동서울까지 4시간이 걸려서야 서울에 왔고,
다시 버스를 타고 집에 갈 수 있었다.
광주출장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가지 못했을,
꼭 가고 싶었던 해남,
멀긴 멀다,,,
하지만, 보다 여유로운 시간에 다시 가서
내 너를 다시 만나리라!

보길도에 왜 갔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보길도의 작은 부두에 있었다.
보길도는 워낙 유명하니까......
일단 내려서 돈을 찾았다 - 돈이 하나도 없었거든 -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별로 못 느끼지만,
이렇게 버스를 타고 배를 타고 하다보면 차비에 밥 값이 만만치 않단다.
그리고, 지도를 보니 윤선도의 유적을 있었다.
버스를 물어보니 시간도 잘 안 맞고 해서 그냥 걸었다.
3km 남짓 될까? 까짓거 슬슬 겆지머,
내 두 발로 걸어야지 직접 느낄 수 있다구,
차를 타고 휘리릭 다니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지
보길도는 그저 여느 시골 같았다, 길가에 코스모스가 피어 있고,
이렇게 개들도 -.-;;;
코스모스 놀이를 한참이나 했다,
제대로 이쁜 코스모스를 찍기위해 두리번 두리번...
하지만, 찾기 쉽지만은 아닌 것이, 내가 사진을 못 찍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세상이 제대로 된 것을 찾기 힘든 것인지.
아마도, 내가 잘못 보고 있기 때문이겠지.
처음 가는 길은, 모르는 길을 걷는 것은 정신적으로 힘들다.
똑같은 길이라도 알고 가는 길이 편하거든.
윤선도의 유적도 그냥 걍걍 그랬고,
모든 것이 걍걍 그랬다,
단지 햇살만이 좋았다.
밝고 투명하게 비추는 태양은 서울에서는 좀 처럼 느낄 수 없는,
아니 비춘다하더라도 사무실에서 집에서 있느랴 잘 느낄 수 없는,
그러한......

윤선도의 유적을 보고 무슨 전망대를 갈까 하는데,
걷기도 먼 것 같아서 다시 부두에 가서 차를 탈까 했는데,
이런 시간이 잘 맞지 않는다.
무슨 관공서의 앞에 있는 식당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여느 때처럼 순두부를 먹었는지,
칼칼한 것이 댕겨 김치찌게를 먹었는지는 모르겠다.
음식은 걍걍 그랬다, 특별히 바다스럽지도 않았고,
전라도 특유의 진한 맛도 아니었고,
남은 시간동안 해안을 돌며 사진도 찍고 햇볕도 쬐고...
다시 땅끝으로 나왔다,

배를 타는 시간도 좋다.
바다위에 둥둥 떠 있는 양식장이 신기하기만 하다,
내 것을 잘 찾아갈 수 있을까?
모터보트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
일 하는 사람들,
뭍에서 자란 나에게는 여전히 바다의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보길도에 특별히 갈 생각도 없었지만,
가서도 딱히 볼 것도 없는,
그래서 보길도는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어릴 적.
어릴 적이라는 말이 지칭하는 시간은 항상 변한다.
어릴 적에 <어릴 적>이라고 말할 때는 초등학교나 그럴 때를 이야기 하다가,
군대를 갔다오면서, 너무나 현실과 다른 단절을 느끼고는
그때부터 어릴 적하면 군대 가기 전 시절이 되었고,
딴나라에 갔다오면서는 딴나라나 군대 가기 전이 어릴 시절이 되었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졸업 취업 (연애) 결혼과 서른살을 넘어가면서
지금 내게 어릴 적은 대략 twenties가 되는 것 같다,
- 물론 지금 더 커지거나 정신적으로 숙성된 것은 없다

그 20대의 어릴 적에 사막이나 극지방에 가고 싶었다,
허무의 끝을 보고나면,
웬지 허우적대지 않고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막은 고사하고 나중에는 땅끝이라는 해남에라도 가고 싶었는데,
차라리 사막이 더 가까웠지 해남은 정녕 가기 힘든 곳이었다.


2005년 가을에는 유난히 광주 출장이 자잤고, 기간이 길었다.
그 광주에서 보름달을 보며, 해남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야간작업을 하고 난 다음 새벽버스에 올라탔다.
광주에서 가는 시외버스 비용이 11900원이라.
서울 가평이 5000원에 1시간 20분이나,
만원이 넘어가면 대략 3시간은 가겠구나,
버스에는 두어명이 탔고, 새벽길을 헤처나갔다.
나주까지 가는 것을 본 것을 같은데,
눈을 뜨니 다들 내리길래 나도 따라 내렸다,
땅끝에 온 것이다.
막 동이 터오는 아침이었다,
찬란한 햇살은 없었지만,
날씨는 춥게 느껴졌지만, 햇살을 받으면 따스한......
버스에서 튕기듯 내려서는 별 생각없이 항구쪽으로 갔다,
그냥 스르르 자석에 가듯이 그렇게 갔다,
그리고 표를 사서 배에 올랐고, 배는 바로 출발을 했다.




왜 배를 탔는지는 모르겠다.
보길도에 갈 생각을 한 적도 없었고, 그냥 배를 탔다.
갑판에는 이렇게 차가 실어져 있었고,
2층에는 그냥 큰 방에 이렇게 두 사람이 배를 바닥에 붙이고 있었다,
시체놀이 하는 것도 아니고 왜 저러나 하는 생각에
나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따스한 햇살을 쬐었다.
나중에 나도 바닥을 누웠는데,
오호 난방이 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다시 정신을 잃고 -.-;;; 자기 시작했다











글쎄 내가 왜 땅끝에 와서 보길도까지 가서 있는지,,,
나도 몰랐다 -.-;;;
예전에 기억에 거슬러 그냥 생각없이 갔던 것 같다,
이제 땅끝은 나에게는 그냥 한 번 가봤으면 하는 곳이지,
예전에, 어릴 적 가지고 있었던 절실함이 없었고,
그 절심함을 만들어내었던 젊음의 무엇도 상실된 혹은 소멸된 상태였던 것이다.
그냥 사진이나 찍으러 갔다고 치자,,, 쳇쳇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