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말이지 아침부터 걸려오는 전화는 안 좋은 일인 경우가 휠씬 많다,
오늘처럼 말이지.

출근중에 받은 전화에서는 어제 보낸 메일 때문에 핀잔 아닌 핀잔을 들었다.
원래는 내 업무보고를 일일로 해서 주변에 가볍게 뿌렸는데,
그것이 반응이 좋아서 다른 쪽도 첨부되게 되었고 그러면서 참조자가 많아졌다.
단지 많아졌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높은 분들도 보시게 된 것이다 -.-;;;

나는 원래 내가 한 일에 대해서, 팀장급에도 메일을 보내지 않고 바로 윗선이나
관련된 사람에게만 보내는데, 내용도 반 이상이 내것이 아닌 것이,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게 된 것이다!


결국 그것으로 아침부터 나는 한 방 먹었고 - 소심한 개구리는 이렇게 물만 튀어도 -.-;;;
이래저래,,, 한 소리씩 듣고.



결국 켁켁켁, 하루가 흘러가 버렸다.
그냥 하던대로 할 것을 괜한 남의 총대를 메다가 이렇게 된 것인지,
메일을 보내는 센스가 없었던 것인지,

삼손이 머리가 짧아져 힘을 잃 듯,
나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지면 그런는 것 같다.

***

내일이면 준비되지 않은 하루가 시작된다.

미국에서 먹는 한국 음식 혹은 한국인을 상대하기 위한 음식들은
한국에서 먹던 맛과는 좀 다르다.
대체로 비슷하지만, 결정적인 성분 부족으로 별루다.


일단, 한국식당은 구조적으로 1가지 음식을 전문적으로 하기 보다는
한 식당에서 다양한 메뉴를 커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솔직히 그들만의 문제이고,
내 입에는 달거나 부족하거나 맛이 없거나 하다.

처음 알라바마에서 먹었던 순두부는 밍밍했다.
국물의 얼큰함이 두부에 전해지지 못했단 말이다.

역시 같은 알라바마의 식당의 갈비는
너무 달달하고, 싸먹으라고 나온 쌈은 왜 그리 큰지.
달달한 고기?
그래 그곳은 미국이다.


LA (정확히 Fountain Valley)쪽은 사정은 조금 낳지만 역시 마찬가지.
한국인이 경영하는 중국집에서 세트 메뉴를 먹었는데,
- 코스가 아니라 세트다, 음식이 한꺼번에 나오더라 -
탕수육도 이상했고, 양장피는 설익었고, ......
음식이 많이 남았는데, 솔직히 맛이 없어서 남은 것이다.

고기집에서 역시 세트로 먹은 고기는
양만 많았지, 고기를 다룰 줄 몰랐다.

오늘 먹은 부대찌게 / 낚지제육 / 낚지볶음을 보면
부대찌게가 무슨 매운탕이냐? 얼큰하기만 하게.
낚지제육은 왜 그리 달달하고,
낚지볶음을 먹을 때는 이미 전의 상실.


사실 먹을 게 없는 한인들을 볼모로
그리고 입맛을 상실한 한인을 속이는 듯 하게
느낄 정도로 이런 음식들이란,


이게 바로 미국이다, 젠장
재료만 왕창있지, 작아도 정갈한 맛이 없다.


제대로 된 밥과 반찬이 먹고 싶다.
하루라도 인간적인 대접을 받고 싶다.

어찌하다보니 LA에 와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Fountain Valley와 Irvine(얼바인이라고 읽지요)에 있습니다.
유명한 orange county 언저리이기도 한 것 같지만,
역시 출장.
사실 지난 번 LaGrange는 새로움을 넘어선 충격이었던 것은,
Seattle과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단 도시 규모가 너무 작았고,
동남부와 서북부와의 거리 만큼이나 행태가 달랐죠.
맛 없는 맥주, 눈에 익지 않은 거리의 상표......
하지만, LA는 마치 seattle 같습니다.
일단 기후가 그래도 시애를 스럽네요.
햇빛 비치면 반팔입는 사람도 있을 만큼의 온화함과
아침 창문에 비친 살짝 내린 비는... 추억에 젖게 합니다.
그리고, 시간대가 seattle과 같습니다.
거의 12시간 차이를 보여주던 LaGrange와는 달리,
7시간 차이라는 익숙함이 주는 이상한 편안함.
오후 4시가 넘어야지 한국에 전화도 하고, 메신저에 떠오로는 사람들.
낯선 LA(근처)는 역시 큰 도시스러워서
집에 둘레에 <벽>이 있고,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 유감입니다만,
한인이 많아서 쉽사리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ㅎㅎ,,,
***
또 어떤 발자욱을 LA에 남기고 갈런지.
오래 머무르지 못함이,
혼자 지내지 못함이 아쉽지만,
혼자 맞을 새해 첫날의 진한 외로움을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