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낯선 곳에서/etc. 2004. 7. 25. 09:38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40여분... 고속도로만을 달려서 원주라는 곳에 왔다.
대전 부산 대구 광주 같은 <일상적인 출장>이었지, 새로운 도시는 오랜만이다.
일상 속에서 한 달에 몇 번이나 새로운 곳에 갈까.
매번 집 - 회사와 가던 술집, 가던 밥집 뿐인걸.

원주는 이름을 많이 들어서 도회지일 것 같았는데,
막상 가보니 한적한 시골내음이 짙다 - 물론 시내쪽은 못 가보았다.
허름한 시외버스 터미널, 택시 기사 아저씨의 여유,
사무실에서 웃통 벗는 아저씨. 작업 나온 아저씨의 어색한 넥타이.....
버스 터미널은 모랄까, 동남아의 한 모퉁이라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서울이 90년대풍의 세련됨으로 치장된 것에 비해, 원주는 최소한 그러치 않다는 이야기이다.)
춘천으로 갔다.
춘천은 어릴 때 영화보러, 옷사러 오는 - 그러한 놀이터였다.
덕분에 춘천은 빠삭했다 - 명동 육림극장 공지천 어린대공원 소양강댐...
하지만, 도청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도청은 한가로움에 놀랐다.
고성처럼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도청 앞 건널목에는 신호등도 없다.



생각해보면, 모든 일은 번잡함에서 생기고, 그것은 사람이 많아야 생기는 것이다.
버스 노선 개편, 지하철 파업 같은 일들은 서울 사람들만 겪는 일이다.
또한, 지방이 주는 한적함에 비해 서울은 웬지 쉬는 날도 무엇에 억압되어 있다.
왜대도시를 벗어나면 이렇게 한가롭고 여유로워 지는지.
그리고도, 모든 일상을 도시에서 겪는지.
어디 내천이 있는 산에 집지어놓고 살았으면 좋겠다.
하늘과 구름, 산과 강, 나무가 주는 자연의 기본적인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고 싶다.
but,

오늘 새벽 5시 광주.*** 작업을 위해서 *** 빌딩에 들어가려는 순간 길 건너 편,
조용한 도시의 새벽과는 동떨어지게 분홍빛의 화려함이 가득 했고, 아가씨들이 가득이다.
이럴 수가, 이렇게 그냥 길에서 저런 모습이 이렇게 노출 될 수 있는가.
동트기 전 새벽도시의 고요함과 대치되는 분위기가 길 건에 있는 내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
6시 40분이지? 작업이 끝나고 빌딩 앞, 동료가 담배 한 대 피는 사이,
이미 세상은 환하게 밝아 있었고, 발자욱을 움직여 골목을 보니...
그 골목에서,화려했던 - 아가씨들이 있던 곳에,
동네 아줌마 같은 사람들 둘이 베드민턴을 치며 여름 아침을 지내고 있었다.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이지만, 아까의 모습과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
그 사이 밤새 골목을 지켰던 것 같은 아가씨 둘이 택시를 탄다.
아 이것이 무엇인가. 도시의 낮과 밤인가, 인간의 이중성인가,
짧은 순간, 태양을 두고 벌어지는 이 골목의 풍경에 여전히 멍한 나.
이런 것이 인간사구나 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여전히......
***
이제 인생도 조금 살았다고 했는데, 이런 모습에 대조적인 모습에 동요되는 것을 보니,
아직 철없는 모습 그래로 나이만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언제가 되면...



동 터오는 시애틀의 아침 모습이다.
커다란 음악 축제인 Bumbershoot 때는 물론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했던 space needle,
그곳에 참 많이도 갔었는데... 금요일이면 glass rock fest.인가 했었자나.
커다란 스피커에서는 찢어질 듯 헤비한 음악이 나오고,
그 앞에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피어링을 잔뜩 한) 여자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지.

그 해 여름 이런 공연, 페스티벌에 매주 가서는 다양하 공연을 보았는데,
늘 혼자였다.
지역 축제나 민속 공연에 큰 관심이 가는 사람도,
seattle local band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렇다, 어디나 록밴드가 인기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언제나 친구들이 그립고, 한국소식이 그리워
있는 동안에는 항상 한국에 가고 싶어했는데,,,
이제는 그보다 더! 더~! 더~~! 시애틀에 가고 싶다.

있으면서 많은 도움을 주었던 한국분들이 있지만,
관광으로 스처지나가기 보다는 머무르고 싶다.
6월이면 가장 먼저 벌어지는,
시애틀에서 가장 유니크한 - 우리 동네에서 벌어졌던 fremont festival도,
2월이면 피면 벗꽃과 비에 떨어져 가슴을 떨리게 했던 꽃잎도,
가을부터 봄까지 내리는 특유의 비도,
시원한 밤이면 redhook double black도 마시면서,
.. 이 모든 시애틀의 것들을 다시 하고 싶은데...

언젠가 가겠지.

* http://seattletimes.nwsource.com/weather/webcams/ 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